불공평한 인생이지만
옛날에 서울에 실외골프연습장 다닐 때 만났던 동갑인 볼 잘치는 애를, 우리 골프장 손님으로 만났다. 지금은 투어프로 되었더라. 다른 라운딩 오신 분들도 다 내 또래 애들인 것 같았다. 달에 300 이상 프로님께 내고 레슨받는 아카데미 친구들 얘기하더라.. 나는 일부러 아는 체를 안 했고 그 친구도 날 알아봤지만 아는 체를 안 했을 것이다. 아니면 아예 기억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고.. ㅎㅎ
우리 집이 그렇게 못 사는 편은 아니다. 나는 서울경찰병원에서 태어나서 한때 송파구에서 살다가 3살 때인가 경기도 하남시로 이사와서 쭉 살았다. 아빠가 골프 선수 되보라고 꼬셔서 초등학생 때부터 중2 때까지 골프를 쭉 쳤다.
아빠는 나에게 집 주변 골프장에 프로님들께 가서 '너가 부탁해서 배워봐라'고 말씀하셨다. 골프장 연습비만 대주시고 레슨비는 하나도 안 대주셨다. 라운딩 도는 것도.. 맘대로는 못 돌고 가끔씩 돌게 해주셨던 것 같다. 사실 초등학생 때는 어려서 생각이 없으니 아빠가 말씀하신대로 프로님들께 아무 대가 없이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.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, 그렇게 해서 좋아할 사람들이 어딨냐. 많은 돈을 내고 배운 기술을 그 사람들이 왜 처음 보는 나를 위해 공짜로 가르쳐줘야되냐. 그 거지근성 덕분에 여러 사람들에게 미움받았고, 지금은 그 거지근성을 완전히 없애서 나를 도와준 사람에겐 은혜를 배로 베푸고 있고,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도 슬픔을 배로 베풀고 있다. 뭐든 *2로 상대에게 돌려주고 있다. 그게 내게 제일 완벽한 최적해인 것 같다.
애초에 나같은 중산층 자녀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분야였다. 여러 프로님들께 부탁하긴 했지만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안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셨다. 돈을 내고 배워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. 그러니 달에 300씩 내고(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다) 배우는 애들이랑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. 돈에 제약이 없어서 겨울엔 해외로 전지훈련까지 가는 애들이랑, 추우면 추운대로 한국에서 볼 치고 연습생으로 배토하고 그린 보수하면서 프로님들께 구걸하면서 배웠던 나랑은 애초에 시작하는 배경 자체가 달랐다.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말이 딱 내게 들어맞는 말이었다. 뱁새의 가정환경에서 태어났는데 황새의 자녀들에게 이기려는 생각을 하다니. 내가 걔들한테 아예 못 이긴다는 말이 아니고, 이길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이길 수 없는 분야가 있는데, '골프 투어프로가 되기'처럼 돈지랄하는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성공확률이 높은 분야에서는 내가 걔들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. 애초에 판 자체가 내게 글러먹은 거였다. 골프도 그렇고 수능도 그렇고, 돈 많은 / SKY 나온 부모를 둔 애들이 그렇지 않은 애들보다는 훨씬, 훠~~~~~~~얼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.
그렇다고 '왜 돈 많은 집 자식이 아니냐' 하고 슬퍼할 일은 없다. 어차피 부는 상대적인 거기 때문에 나보다 사회적, 경제적 배경이 안 좋은 사람들은 나를 보고 '왜 수도권에서 안 태어났나?' '왜 우리 부모님은 가난해서 내게 밥을 못 챙겨주시나'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.
하지만 이렇게 사회적, 경제적 지위가 낮은 곳에 있으니, 이제부턴 올라갈 일밖에 없어서 정말 행복한 것 같다. 개천에서 가재, 붕어, 개구리와 같이 있으나, 용이 되어 우주로 나아가면 기분이 어떨까? 자식에게 공무원을 강요하고 공무원 안 할 거면 집을 나가라는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나서, 인권 개념이 희박한 한국에서 태어나 시급 몇백원 받고 국가의 노예로 쓰이고, 덕분에 안 좋은 일을 당해 자존심이 엄청 상했던 내가, 중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진 여러 지적 성장과 도전으로 영어를 잘 하게 되고, 돈을 많이 벌게 되어 투자이민으로 미국에 이주하고, 사업체를 잘 운영하여 미국에 귀화까지 마치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?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. 다만 고독은 필연인 것 같다. 아무도 나를 지지해주지 않는다.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말이다. 미국은 위험하다며, 한국이 제일 좋다며.. 공무원 왜 안 하냐/대학 가서 대기업 취직하는 게 낫지 않냐며, 자본금 모아 투자/사업하려는 나를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다. 그래서 너무 슬프다.
어제는 2시간 자고 그냥 눈이 뜨여서 일어났다. 운전면허 필기시험, 학과강의, 기능시험까지 다 통과하고 20시 이후에 버스타고 골프장 기숙사로 오는데, 너무 힘들어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. 밤이 되니 슬퍼서 오랜만에 좀 울었다. 주변에서 아무도 날 지지해주지 않고, 나와 정서적 유대를 가지는 사람도 없고,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싶고, 요즘 할 일이 많아 잠을 못 자고 여러가지로 힘들어서다. 전화상담을 좀 받았는데,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, 소식이 좋다고 해서 요즘 안 먹었던 저녁을 먹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. 그리고 정서적 유대를 못 느끼고, 이성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INTP에서 Thinking(사고)형으로, 하나의 성격 특성에 불과하다고 말씀을 들으니, 그냥 내 성격이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.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연금술사 (파울로 코엘료) 책 해설
https://youtu.be/hRuozkah1QM
을 들었는데,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고 하더라. 난 지금 다른 것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미국에 투자이민하고 귀화한다는 내 목적을 이루는 게 제일 중요하고, 그렇게 되려며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여러 대화하며 유대감을 얻는 건 우선순위에서 떨어지니 포기해야겠다. 여자친구도 그냥 나중에 만들자. 지금은 다른 어떤 것보다 내 꿈이 더 중요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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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그만두고 공부로 진로를 틀었는데, 꾸준히 성적을 올려서 중3 마지막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한 기억이 있다. 그때 정말 행복했다.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시험이고 다니던 중학교가 그리 공부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, 그래도 전교1등을 해봤다는 자신감은 이후의 꿈의 크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.
중학생 때 영어 선생님이 아이유 얘기를 하며 '너넨 아이유랑 결혼 못 해~' 이런 뉘앙스로 얘기를 했는데, 내가 든 생각은 '저 사람은 왜 우리가 아이유랑 결혼을 못 한다고 생각할까?' 였다. 합리적인 근거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왜 자기 스스로 불가능한 일을 늘려갈까? 하고 코웃음치며 한심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. 어렸을 때부터 꿈의 크기에 한계를 짓지 않는 걸 가치관으로 삼았기에 여러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.
골프를 쳐서 안 좋았던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.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김경태 프로님 경기도 직관했다 (신한동해오픈). 그리고 가장 감사하게도 초딩 시절에 PGA CLASS A 정회원인 김해천 프로님에게 레슨 받을 수 있었다.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뭣도 아닌 초글링이 '프로님께 배우고 싶다'고 했는데 진짜로 가르쳐주심 ㄷㄷ; 서울 교육문화회관으로 찾아가서 배웠었다.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너무 죄송하고 부채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.
골프를 그만두고 골프에는 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캐디를 하여 골프 관련 산업에 종사하게 되어, 김해천 프로님께 레슨 받은 게 떠올라 10월 초 프로님께 연락하여 만나서 옛날에 가르쳐주셔서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홍삼 사드렸다. ㅎㅎ.
도와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은혜를 잊지 말며 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활용하자. 잠은 7시간 푹 자고 하루 세 끼 잘 먹으면서!